폴 오스터가 어느 날 또 내게 왔다. 굳이 찾지도 않았는데, 그의 소설이 내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심심하던 차에 읽어 내려갔다. 완독하는데 이틀 정도 걸린 것 같다. 소설의 줄거리가 재미있거나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읽었다. 전에 읽었던 달의 궁전에서 폴 오스터는 3대의 이야기를 썼다. 이 소설도 그와 유사하다. 달의 궁전에서는 할아버지, 아버지, 나가 중심이라면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친구들이 중심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도 얘기한다. 



이복형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 주인공은 새엄마와 아버지의 대화를 듣고 죄책감에 가출하여 홀로 생활한다. 그러던 중 미성년자인 여학생과 교제를 하게 되고, 그녀 언니의 협박에 자신의 고향인 뉴욕으로 7년만에 돌아가게 된다. 고향인 뉴욕으로 돌아왔지만 부모에게 돌아가지 가지 않고, 같은 또래의 사람들과 함께 뉴욕 선셋파크에 있는 버려진 폐가를 점거하여 생활한다. 또래의 동료들은 공동체 속에서 잘 살아가지만 각 개인의 삶은 녹록지가 않다. 그들의 미래는 마치 끝이지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 없어 어둠의 동굴을 탈출하기 위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들과 연관되어 있는 아버지의 세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얘기하면서 현재 그들의 삶과 비교한다.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그리고 언젠가 공권력에 의해 쫓겨날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버려진 폐가를 무단 점거하여 살아야 하는 뉴욕의 청년들. 하지만 이 모습은 학비, 생활비, 방세를 벌기 위해 쉴 시간 없이 바둥되는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책은 주인공 세대만 얘기하지 않는다. "인간의 육체는 다른 인간의 육체 내부에서 창조되었다"고 얘기하면서 아버지 세대. 그리고 할아버지 세대를 얘기한다. 아마 그들의 삶도 주인공 세대의 삶과 하등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말이 아마도 이 시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청춘이었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고, 이 세대를 끌고 가는 기성세대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88점




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