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종근 작업을 하기 전에 밭을 갈아야 하기에 오늘은 퇴비 살포를 하기로 했다. 어제 저녁 일기 예보를 보니 오후에 많은 비나 눈이 올 수가 있다가 하여 아침 일찍 밭에 올라갔다. 원래는 일반 퇴비를 150포 정도를 뿌리려고 했으나 냄새나 작업의 효율성, 그리고 주위의 권유로 농축 퇴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 퇴비의 10배의 성능을 발휘한다니 150포의 퇴비를 뿌릴 것을 15포로 마무리 할 수 있다. 물론 가격도 10배 비싸다.(후배가 퇴비 이름을 비아그로라고 했었는데, 퇴비 이름은 님 아그로다.) 



후배가 자신의 밭에 올라 가는 길에 퇴비 15포를 밭 근처에 내려 놓았다. 하지만 같이 일을 하기로한 선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15포를 밭 가운데로 혼자 옮겨야 했다. 모든 퇴비를 뿌릴 위치에 가져다 놓으니 어깨가 빠질듯 아프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요즘 배가 잔뜩 나와 걱정인데, 이렇게라도 열심히 운동해서 살을 빼야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한다고 뱃살이 빠질지 의문이다. 어쨌뜬 이제부터 퇴비 살포를 해야한다.



조금씩 퇴비를 양동이에 담아 밭에 골고루 뿌린다. 혼자 하려니 보통 고역이 아니다. 마스크가 없으니 퇴비 먼지와 냄새가 신경을 자극한다. 작업을 마치고나니 점심 시간이다. 점심 식사 후 몸을 좀 쉬려하니, 정선 농업기술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임대 신청했던 트랙터가 왔다. 갑자기 눈이 내려 걱정이었는지 몇 번이고, 내일 작업하겠냐고  물어보는데, 일정이 이미 잡혀있던 것이라 내일 작업한다고 하고 장비를 받았다. 배송된 트랙터를 받고 보니 트랙터가 깜찍하고 귀엽다. 마치 만화 영화 타요에 나오는 자동차 같다. 소형 여성 친화형 트랙터라고 한다. 시운전을 해보니 교육 받을 때 타던 트랙터보다 훨씬 편하다. 얼마만큼의 작업 효율성이 있을지는 내일 작업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트랙터를 받고 나니 눈발이 점점 거세진다. 눈이 온다고 예보를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함박눈이 올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눈송이의 크기가 과장을 조금해서 마치 달걀만하다. 트랙터 시운전겸 트랙터를 내일 작업하는 밭 주위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눈발이 점점 거세진다.



눈을 맞으며 트랙터를 몰고 올라가니, 오전에 퇴비를 뿌려 놓은 밭이 하얗다. 눈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린다. 내일 트랙터 작업 계획이 없다면 그저 눈을 즐길 수 있을텐데, 내일 작업이 걱정이다.



걸어서 마을로 내려오니 산이 모두 하얗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온이 높아 도로로 내리는 눈은 바로 녹고 있다. 만일 저 눈이 녹지 않은다면 오늘 집으로 갈수도 없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혹시 길이 얼지 몰라 서둘러 내려가니 마을 아래 쪽은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산과 마을의 기온 차이가 큼을 느낄 수 있다.



집에 다다르니 집 앞에 내리던 비가 갑자기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내일 밭 가는 작업이 더욱 걱정된다. 애써 빌려 놓은 트랙터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혹시 밭이 질어 밭갈기 작업이 힘든 것 아닌지, 초보 농부의 마음이 타 들어간다.


하지만 어쩔 수 있으랴, 이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에 맡길 수 밖에.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봄에 내리는 이 춘설을 즐길 수 있겠지만 초보 농부는 눈을 즐기기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