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농장을 둘러보러 갔다가 휴가 차 정선에 내려온 집사람과 등산을 했습니다. 그런데 등산로에서 생각지도 않은 멧돼지와 만났습니다. 전화도 되지 않고, 인적이 드문 등산로라 사고라도 났으면 큰 일이 날뻔 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농장을 둘러보러 왔다가 갑자기 등산을 하고 싶어져 정상을 향해 등산을 하기로 했지만 날이 덥고, 준비가 덜된 산행이라 등산로와 임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올라오다 보니 등산로에 풀이 너무 많이 자라 등산로가 아닌 임도 쪽 길을 하산 길로 선택했습니다.

등산로에 비해 길이 좋은 임도를 따라 내려 가면서 길 옆에 난 산딸기을 따 먹으며 한적한 산행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10여 분 정도 내려갔을 때쯤 우리로부터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어린 산짐승 한 마리가 있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고라니 같기도 하고, 너구리나 두더지 같기도 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산짐승이 도망갈까 천천히 조심해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집사람이 아무래도 멧돼지 같다는 것입니다. 그말에 제가 "멧돼지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작은거 아니냐?" 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진짜로 멧돼지가 맞다면 저 옆에 어미 멧돼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는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작은 산짐승은 저희를 보더니 뒤로 슬며시 물러섰습니다. 저희도 혹시나 해서 긴장한 상태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전방만을 주시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굽어진 임도 우측에서 커다란 산짐승이 마치 죽어 있던 좀비가 일어나듯이 스르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곧이어 3~4마리의 덩치 큰 산짐승이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어른 멧돼지들이었습니다. 산짐승은 어린 멧돼지였고, 도로 옆 그늘 쪽에 멧돼지 일가족이 있었던 것입니다. 굽어진 길이라 저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 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멧돼지들도 저희를 보지 못했던 것 입니다.

순간 우리는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용히 집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멧돼지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돌지 말고 그대로 뒷 걸음으로 천천히 물러 서자, 멧돼지는 우리가 갑자기 움직이면 쫒아 올 거야" 멧돼지를 만났을 때 해야 하는 행동 요령을 어느 교육에서 배운 것이 생각났습니다.

저희는 마치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추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뒷걸음을 쳤습니다. 다행히 멧돼지는 저희를 주시할 뿐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주위를 어술렁 거리고만 있었습니다. 우리는 멧돼지가 우리를 볼 수 없는 거리에 도달한 순간, 그리고 우리 눈에도 멧돼지가 보이지 않는 거리가까지 와서 뒤 돌아 빠르고 조용한 걸음으로 임도를 올라 갔습니다. 출발한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달하면 등산로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그곳을 향해 사색이 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습니다.  아마, 걸음아 나 살려라 하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듯 싶었습니다.

갈 때는 10여 분 뿐이 안 걸린 거리인데, 다시 올 때는 거의 1 시간 이상 더 걸린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무사히 이정표 있는 곳에 도착했고, 그때부터는 아주 빠른 속도로 농장으로 내려왔습니다. 농장에 내려오니 마음이 안정되었고, 집사람은 다시는 이곳(농장)에 안 오겠다고 투덜 거렸습니다. 마을에 도착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얘기했더니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고, 대처를 잠 잘했다며 다행이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산에서 일을 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일을 겪을 때 마다 하나씩 배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멧돼지는 새끼를 돌보고 있을 때 가장 위험합니다. 섣불리 새끼에 다가가거나, 돌이나 기타 도구로 위협을 하면 멧돼지가 달려들어 큰 사고 납니다. 특히, 멧돼지의 송곳니나 머리로 받아치는 힘은 무척 세서 함부로 달려들어서는 도저히 제압이 불가능합니다.  멧돼지를 만났을 때는 저희처럼 조용히 멧돼지를 보면서 천천히 도망가는 것이 좋고, 더 위험하다고 생각될  때는 나무나 바위 위로 올라가는 곳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을 등산할 때는 지팡이나 등산 스틱으로 바위나 나무를 치면서 산짐승들에게 인간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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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