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천명관 소설 고래를 읽고 나는 충격에 휩싸였었다. 어떻게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구라를 잘 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급기야 나는 고래를 나의 독서 생활에 있을 수 없는, 그리고 나 스스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바로 같은 소설책을 두 번이나 읽는 만행(?)을 저지르게 되었었다. 그리고 고령화 가족 또한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나의 삼촌 브루스리는 고래, 고령화가족에 이어 세 번째 읽는 천명관의 소설이다.



어쩌면 천명관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을 쓰는 작가인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내가 천명관식의 과장되고, 허무맹랑하고, 무협지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허무맹랑 속에 현실감이 살아있는 듯한 구라 섞인 표현의 글을 좋아하는 것일 게다이 책은 그러한 천명관 스타일을 기대하며 본 책이다. 읽은 느낌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명관의 글쓰기 스타일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고래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천명관답게 구라를 섞어 쓰고 있다. 


천명관의 소설을 읽다 보면 글 체에서는 기쁨과 즐거움이 잔뜩 묻어 있어 웃음이 나오는데, 글의 전체적 내용은 슬퍼서 웃으며 슬퍼하는 이른바 웃픈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책도 나도 모르게 그러한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어떨 땐 통쾌하고, 어떤 때는 웃기고, 하지만 읽다 보면 슬프고 애절한 내용의 책이다. 전작 고래보다는 스케일이 작은듯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루고, 70,80년 대 아주 변화무쌍한 시대를 다루었으니 어찌보면 거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는 아주 쉬웠다. 그리고 나 또한 이소령을 기억하고, 그의 영화를 보면 자랐기에 이소령을 연상하며 볼 수 있어 더욱 쉬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천명관은 저자 후기에서 소설은 실패담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천명관의 소설에서 실패담보다는 성공담을 보고 싶다. 점수는 84점.




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