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청 기관지 "아라리 사람들"에 명예 기자를 맡으면서 "아리리 사람들"에 기고한 글들 입니다. 아라리 사람들의 다른 호나 다른 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됩니다.


정선군청 소식지 아라리사람들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할 때 나는 내비게이션을 켜는 것보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인터넷 방송을 먼저 켜 놓는다. ‘빨간책방은 인터넷 팝캐스트 방송으로 영화 평론가로 유명한 이동진 씨가 다른 진행자들과 함께 매주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리뷰하는 방송이다. 내가 이 방송을 듣기 시작한 지는 4년 정도 되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이유는 책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책은 읽고 싶은데 책 읽는 것이 너무 어려워 책을 읽지 않고 다양한 책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방송을 듣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진행자 이동진 씨의 고향이 정선이라는 뜬구름 같은 고백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고백하듯 말하는 이동진 진행자의 정선 추억이 내게 이 방송을 계속 듣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나 또한 고백한다. 내가 사는 지역 출신의 유명 인사가 진행하는 방송이라 호감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물론 방송 중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아재 개그가 내 취향인 것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몇 년 전 삼시세끼라는 TV 프로가 정선에서 촬영되고,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정선 출신 배우 원빈이 결혼식을 올려 그 마을이 화제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한동안 배경이 된 마을에 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방송에 특정 지역이 나오면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이는 곧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도 모르게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이동진 진행자가 정선 얘기를 하면 무척 반갑고, 기쁘고,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게 되는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은 책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은 곧 공부라고 여겼다. 더구나 그런 공부를 자발적으로 해온 것이 아니라 부모나 선생님의 강요에 의해 강제적으로만 해왔기에 우리 몸과 마음에서는 책 읽는 것조차 자연스럽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다를 바 없다. 책을 읽으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 막상 책을 펼쳐 들면 불면증에 시달리던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느 순간 졸고 만다. 이런 나에게 이 방송은 나의 독서에 대한 부족함이나 갈증을 해결해주고 책과 가깝게 해주고 있다. 물론 내가 방송에 나오는 책을 모두 읽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우연히 서점에 갔을 때, 방송 덕분에 알게 된 책이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 그리고 헌책방에 둘러서는 방송에서 들어 낯익은 책에 붙여진 가격표가 생각보다 싸면 수집하듯 그 책을 산다. 비록 이때 산 책을 읽지 않고 책장의 장식용으로 꼽아 놓게 되어도 은근히 기쁘다. 나의 이런 모습은 빨간 책방이 내가 책과 가까워지게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들이다.

 

길가의 가로수는 가을바람에 잎이 다 떨어지고, 녹색 가리왕산도 이제 그 빛을 잃어 갈색의 흙빛에 가깝다. ‘민둥산 억새축제마저 끝이 난 걸 보니 가을이라는 계절의 기차는 이미 몸뚱이 전체를 겨울 동굴로 몸을 숨기고, 자신의 끝 모습만 터널 입구에 남기고 우리에게 수줍게 꽁무니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가을이라는 기차의 꽁무니가 보이고, 마지막 잎새가 바람에 떨어지지 않는 한 아직 가을일 것이고, 그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을의 꽁무니마저 눈에서 사라지기 전에 책 한 권 읽는 것은 어떨까? 책을 읽기 어렵다면 잠시 시간 내어 읍내 서점이나 도서관에 한 번 가보는 것은 또 어떨까? 그리하면 이 짧은 가을을 보내는 것이 덜 아쉽지 않을까?



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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