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사 오면서부터 마당에 잔디를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위 분들은 텃밭으로 이용하라고 하지만 농장에 올라가면 남아도는 게 땅이다. 그러니 원한다면 어떤 작물이라도 기를 수 있다. 집 앞마당은 잔디를 깔아 놓고, 가든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쓰고 싶었다. 그리고 간단한 작물은 화분을 이용해서 기르면 된다. 어쨌든 차일피일 미루던 잔디를 깔기 위해 우선 마사토 1톤 차 분량을 사다 마당에 깔았다. 마사토에 잔디가 잘 자란다는 말도 있고, 원체 마당에 흙이 부족해 한 차를 사기로 했다. 마사토 1톤 분량은 5만원, 1톤 덤프트럭으로 배달도 해준다는데 그걸 몰라서 1톤 트럭을 빌려 흙을 실어 오고, 삽으로 옮기느라 생고생을 했다.





마사를 깔고, 주말을 원주에서 보내면서 원주에서 잔디를 샀다. 인터넷도 뒤지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결국 원주에 있는 잔디만 전문으로 파는 화원을 알게되어 그곳에서 샀다. 마당에 넓이가 약 27m2( 약 8평)이라 말하고, 잔디 500장을 샀다. 장단 230원 총 115,000원치다. 5개 한 묶음씩 총 100묶음이다.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잔디를 혼자 싣고 와서 집 앞마당에 내리는 것도 생고생이다. 오전에 다른 볼일이 있어 볼일을 보고 오는데, 나를 도와줄 구원군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한 동안 조경 관련 일을 했었던 친구가 놀러 온 것이다. 관리자로 있었기에 직접 잔디를 깐 적은 별로 없지만, 작업자들이 작업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자기가 깔아준단다.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잘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유튜브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잘한다. 하늘은 스르로 돕는자를 돕는다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한 두시간 남짓 하니 잔디가 다 깔렸다. 한 칸 건너 심기를 했는데, 잔디가 남아 나중에 중간에 잔디를 끼워 넣기도 했다. 그리고 자갈이 깔려 있던 처마 밑도 일부 돌을 들어내고, 깔았다. 500장의 잔디 중 거의 450장 정도가 들었다. 나머지 50장은 뒤 틀에다 심었다. 만일 이어서 심었다면 모자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400장 정도가 적당하다고 친구가 말한다. 오랜 숙원 사업이었는데, 놀러온 친구 덕분에 쉽게 깔았다. 저녁에 친구랑 술 한잔하고, 친구는 다음 날 일찍 서울로 올라갔다. 매일 물을 잔뜩 주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갔다. 그래서 요즘 나의 일과는 잔디에 물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잔디 심기와 함께 포도나무 한 그루를 집에 심고 싶었다. 그래서 포도나무도 한 그루 샀다. 1년생 작은 나무를 살려고 했는데, 없어서 2만 원을 주고 큰 나무를 샀다. 이미 작은 포도가 쾌 열려 있다. 처음엔 앞 마당에 심었다가 자리가 적당하지 않아서 옆 뜰로 옮겼다. 그리고 다른 집의 포도나무를 보니 모두 넝쿨이 타고 지나갈 수 있는 지지대를 해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집에 있는 각목과 행거 그리고 철사를 이용해서 간이 지지대를 만들었다. 볼품없어 보이지만 나름 튼튼하게 만들었다.



포도나무 지지대를 다 세우고, 잔디 깔린 마당을 보며 앉아 쉬며 처마 밑을 올려다 보니 며칠 전부터 들락거리던 제비가 레일등 위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 지으면 상관이 없는데,  옮기면서 사용하고 밤에는 불을 켜야 하는 레일등이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결국 레일등을 분리하여 창고 넣었다.

 


잠시 후 제비가 날아와 자기가 집 짓던 곳을 두리번 거리면 찾는다. 몇 번이고 이곳 저것 날아다니며 찾더니 집 짓던 것이 없어진 것을 알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괜스레 제비에게 미안해 진다. 꼭 내가 놀부가 된 느낌이다.



시골의 일은 끊임 없이 나온다. 하지만 게을러지려면 한 없이 게을러질 수 있는 것이 농촌 생활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무언가를 이루어나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잔디 심기와 포도 나무 지지대를 완성하니 큰 숙제를 하나 마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Posted by 빨간장갑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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